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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태양이라고 불리는 핵융합 발전이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최근 구글이 핵융합 기업과 전력 구매 계약을 체결하며 상용화에 한 걸음 더 다가선 이 기술은 과연 어떤 원리로 작동하며, 얼마나 효율적인 에너지원인지 살펴보겠습니다.
핵융합이란 무엇인가
핵융합의 기본 개념과 태양의 원리
핵융합은 가벼운 원자핵들이 융합하여 무거운 원자핵으로 바뀌는 핵반응입니다. 이 과정에서 줄어든 질량은 아인슈타인의 질량-에너지 등가 공식(E=mc²)에 따라 막대한 에너지로 변환됩니다. 태양에서 빛과 열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바로 그 원리이며, 높은 온도와 중력을 지닌 태양의 중심에서 활발히 일어나는 반응입니다.
지구에서의 핵융합 구현 방식
지구에서는 태양과 같은 초고온의 환경을 인공적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주로 수소의 동위원소인 중수소와 삼중수소의 핵융합을 통해 에너지를 얻는데, 이를 D-T 반응이라고 부릅니다. D-T 반응은 17.6MeV의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으며, 단위질량당 발생하는 에너지는 핵분열에 비해 7배 정도 더 높습니다.
핵융합 발전의 작동 원리
핵융합 반응을 위한 세 가지 필수 조건
핵융합 발전이 가능하려면 세 가지 핵심 조건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첫째는 핵융합 연료의 확보입니다. 중수소는 바닷물에서 추출할 수 있고, 삼중수소는 리튬을 핵융합로에서 변환하여 얻습니다. 둘째는 초고온의 플라즈마 상태 구현입니다. 원자핵들이 서로 밀어내는 핵력을 이기고 융합하기 위해서는 1억도 이상의 초고온이 필요합니다. 셋째는 초고온 플라즈마를 유지할 수 있는 핵융합장치가 필요합니다.
토카막을 이용한 발전 과정
현재 가장 유력한 핵융합 발전 방식은 토카막(Tokamak) 방식입니다. 구체적인 발전 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 토카막 내부를 진공상태로 만들고 초전도 자석을 냉각시킵니다
- TF자석에 전류를 흘려 도넛 모양의 자기장을 형성합니다
- 중수소 50%와 삼중수소 50%를 핵융합 연료로 주입합니다
- CS자석으로 전기장을 발생시켜 전자들을 회전시킵니다
- 주입된 기체들이 전자와 충돌하여 플라즈마가 됩니다
- 다양한 가열장치로 플라즈마 온도를 높입니다
-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며 높은 에너지를 가진 중성자가 발생합니다
전기 생산까지의 최종 단계
핵융합 반응에서 생성된 중성자는 블랭킷 리튬층으로 들어가 삼중수소를 발생시켜 연료를 재생산하는 역할을 합니다. 동시에 중성자의 운동에너지가 열에너지로 변환되어 내부를 흐르는 냉각수를 가열합니다. 가열된 냉각수는 열교환기에서 수증기를 발생시키고, 이 증기가 터빈발전기를 돌려 전기에너지로 전환됩니다.
핵융합 발전의 효율성
압도적인 에너지 효율
핵융합 발전의 효율성은 기존 에너지원과 비교할 때 압도적입니다. 원자력보다 에너지 효율이 약 7배 높다고 평가됩니다. 구체적으로 우라늄 1kg이 핵분열할 때 발생하는 에너지는 200억kcal인 반면, 수소 1kg이 핵융합할 때 내놓는 에너지는 약 1,500억kcal로 7배 이상 차이가 납니다.
연료 소모량의 극적인 차이
100만KW급 발전소를 기준으로 연간 연료 소모량을 비교하면 그 차이가 더욱 극명해집니다.
발전소 종류 | 연간 연료 소모량 |
---|---|
석탄 발전소 | 220만 톤 |
석유 발전소 | 150만 톤 |
핵융합 발전소 | 10톤 |
욕조 절반 분량의 바닷물에서 추출할 수 있는 중수소와 노트북 배터리 하나에 들어가는 리튬의 양만으로 한 가정이 30년간 사용할 수 있는 전기를 생산할 수 있습니다.
화학반응 대비 에너지 밀도
일반적인 화학반응에서 방출되는 에너지와 비교하면 핵융합은 대략 100만 배 정도 높은 에너지를 생산합니다. 이는 중수소 100kg만으로도 석탄 300만 톤을 태운 것과 같은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핵융합 에너지의 장점
환경친화적 특성
핵융합 발전은 꿈의 청정에너지라고 불리는 이유가 있습니다. 발전 과정에서 탄소 배출이 거의 없고, 온실가스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환경오염 걱정이 없는 청정한 녹색 에너지입니다.
안전성과 지속가능성
핵융합 발전은 예기치 못한 사고 시에도 폭발 및 심각한 사고의 우려가 없는 안전한 에너지입니다. 연료가 풍부해서 에너지 확보를 위한 국가 간 분쟁 염려가 없는 평화적 에너지이기도 합니다. 바닷물 등에서 연료를 무한하게 얻을 수 있어 고갈 걱정이 없으며, 환경적 요인에 영향을 받지 않아 안정적으로 에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상용화 전망과 현재 상황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 현황
최근 구글이 커먼웰스퓨전시스템(CFS)과 200MW의 전력을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는 기업이 핵융합 에너지를 직접 구매한 것 중 가장 큰 규모의 계약입니다. 구글은 2021년 CFS에 20억 달러를 투자한 데 이어 추가 투자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KSTAR 성과와 향후 계획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핵융합 연구장치인 KSTAR(Korea Superconducting Tokamak Advanced Research)는 놀라운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1995년 시작되어 2007년 완공된 KSTAR는 2008년 첫 번째 플라스마 발생 실험에 성공한 이후 지속적으로 핵융합 상용화에 필요한 핵심 기술들을 개발해왔습니다.
특히 2025년은 KSTAR 프로젝트 30주년을 맞이하는 해로,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은 이를 기념하는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KSTAR는 현재 1억도 이상의 플라스마를 1.5초간 유지하는 데 성공했으며, 2025년에는 1억도 플라스마를 5분간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해외 석학들은 KSTAR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스티븐 코올리 미국 프린스턴플라즈마물리연구소 소장은 "이온 온도를 1억도 이상으로 올리지 못하면 그냥 융합발전에 그치는 것이다. 그래서 KSTAR가 1억도 이상을 달성한 것은 핵융합에너지 상용화로 가는 문을 넘은 것이기 때문에 상당히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프로젝트 진행 상황
프랑스 남부에 건설 중인 ITER(International Thermonuclear Experimental Reactor) 프로젝트는 30개국이 참여하는 초대형 국제 핵융합 실험로입니다.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유럽연합 등 주요국들이 공동으로 추진하는 이 프로젝트는 핵융합 에너지 상용화의 핵심 기술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ITER 프로젝트는 2025년 첫 플라스마 발생을 목표로 했으나 현재 2033년으로 연기되었습니다. 당초 2020년 완공을 목표로 했던 이 프로젝트는 기술적 난관과 예상치 못한 지연으로 여러 차례 일정이 조정되었습니다. 하지만 ITER 사무총장은 "이제 위기는 끝났다"고 선언하며, 현재 ITER 건설이 프로젝트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세계 최고 성능의 자석 시스템 조립이 임박했다는 것입니다. 이 자석 시스템은 총 무게 10,000톤, 초전도 가닥 100,000km, 저장 자기 에너지 51기가줄에 달하는 전례 없는 규모로, 미래 핵융합 발전소의 핵심 기술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상용화 일정과 기술적 과제
CFS는 2030년대 초반부터 미국 버지니아주 체스터필드에 건설 중인 핵융합발전소 '아크(ARC)'를 통해 400MW의 청정 무탄소 전력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CFS는 2022년 자체 개발한 핵융합로에서 투입 에너지보다 생산 에너지가 더 많은 '순 에너지' 달성에 성공하며 상용화에 가장 가까이 다가간 기업으로 꼽힙니다.
해외 석학들은 2050년경 핵융합 에너지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2050년대 핵융합 에너지 상용화를 목표로 대형 초전도 토카막형 핵융합장치인 JT-60SA를 건설하고 있으며, 유럽 역시 2050년대에 실증로(DEMO) 완성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미국, 유럽, 중국, 일본 등 핵융합 선도국처럼 대형 공공주도 프로젝트(ITER·KSTAR 개발 등)를 추진하는 한편, 혁신 기술을 기반으로 한 소형·혁신형 핵융합 기술 개발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특히 다원시스 등 국내 기업들이 ITER 프로젝트의 핵심 장비인 초전도코일 전원공급장치 등을 수주하며 글로벌 핵융합 기술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핵융합 발전은 이론적으로는 완벽한 에너지원이지만, 1억도 이상의 초고온을 견딜 수 있는 재료물질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기술적 한계가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플라즈마의 자기적 성질을 이용한 토카막 기술이 개발되고 있으며, 세계 각국이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핵융합 발전은 무한하고 청정하며 안전한 미래 에너지의 핵심이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비록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지만, 그 잠재력은 세상을 바꿀 수 있을 만큼 혁신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