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R 주요 기업 및 시장 전망
소형 모듈형 원자로(Small Modular Reactor, SMR) 시장은 최근 전통적인 대형 원자력 발전소의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기후변화 위기와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노력이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면서, SMR은 안전성, 경제성, 유연성을 갖춘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오늘은 글로벌 SMR 시장을 선도하는 주요 기업들의 최신 동향을 비교 분석해 보고 글로벌 시장 전망에 대해 알아본다.
SMR - 작고 똑똑한 미래의 원자력 발전소
SMR이란 무엇일까?
SMR은 'Small Modular Reactor(소형 모듈형 원자로)'의 줄임말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작고(Small)', '조립식(Modular)'인 원자력 발전소라고 생각하면 된다. 기존의 원자력 발전소는 매우 크고, 한 번 지으면 수십 년 동안 사용하는 거대한 시설이다. 반면 SMR은 마치 레고 블록처럼 필요한 만큼 작은 원자로 모듈을 조립해서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원자력 발전소다.
SMR의 크기는 어느 정도?
일반적인 대형 원자력 발전소는 1,000MW(메가와트) 이상의 전력을 생산하고, 축구장 여러 개를 합친 것보다 넓은 부지가 필요하다. 반면 SMR은 보통 300MW 이하의 전력을 생산하며, 크기도 훨씬 작다. 어떤 모델은 학교 체육관 정도의 공간에도 설치할 수 있을 만큼 작다.
SMR의 장점은 무엇일까?
1. 더 안전하다: 작은 크기 덕분에 비상 상황에서 더 쉽게 제어할 수 있다. 많은 SMR 모델은 전기가 끊어져도 자동으로 안전하게 정지하는 '피동 안전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2. 경제적이다: 대형 발전소는 한 번에 거대한 비용을 투자해야 하지만, SMR은 필요에 따라 모듈을 하나씩 추가할 수 있어 초기 투자 비용이 적다. 또한 공장에서 미리 만들어 현장에서 조립하기 때문에 건설 시간도 짧다.
3.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다: 전력 수요에 맞춰 모듈 수를 조절할 수 있고, 외딴 지역이나 섬 같은 곳에서도 설치가 가능하다.
4. 환경 친화적이다: 원자력은 발전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거의 배출하지 않는다. SMR은 기존 원자력의 이런 장점을 유지하면서 더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
어디에 활용될 수 있을까?
1. 도시 근처: 작은 크기와 향상된 안전성 덕분에 도시 가까이에 설치할 수 있다.
2. 외딴 지역: 전력망이 닿지 않는 오지나 극지방에서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
3. 해상 플랫폼: 일부 SMR은 배에 탑재하여 해상 석유 시추 플랫폼이나 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4. 산업 단지: 전력뿐만 아니라 공정열(고온의 열)이 필요한 산업 단지에 전기와 열을 동시에 공급할 수 있다.
현재 상황은 어떨까?
전 세계 여러 나라들이 SMR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미국의 뉴스케일 파워, 빌 게이츠가 설립한 테라파워, 영국의 롤스로이스, 한국의 한국수력원자력 등이 각자의 SMR 모델을 개발 중이다. 러시아는 이미 부유식 SMR '아카데믹 로모노소프'를 운영하고 있다. 아직은 대부분 개발 단계에 있지만, 2030년 전후로 여러 나라에서 SMR이 상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간단한 비유로 이해하기
대형 원자력 발전소가 대형 트럭이라면, SMR은 소형 전기차와 같다. 대형 트럭은 한 번에 많은 짐을 실을 수 있지만 운전하기 어렵고 주차 공간도 많이 필요하다. 반면 소형 전기차는 더 작고, 운전하기 쉬우며, 필요에 따라 여러 대를 함께 사용할 수 있다. SMR은 이처럼 기존 원자력 발전의 '크고 복잡한' 특성을 '작고 똑똑한' 형태로 바꾸어, 보다 안전하고 경제적인 에너지 생산을 가능하게 하는 미래 기술이다.
SMR 주요 기업들의 동향 비교 분석
뉴스케일 파워(NuScale Power)
미국의 뉴스케일 파워는 SMR 시장의 선두주자로, 2020년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로부터 세계 최초로 SMR 설계 인증을 받은 기업이다. 뉴스케일의 VOYGR 모듈은 개별 용량 77MWe의 원자로를 최대 12개까지 결합할 수 있는 구조로, 유연한 발전 용량을 제공한다. 최근 뉴스케일은 미국 유타주에 계획 중이던 첫 상용 프로젝트가 비용 상승 문제로 취소되는 난관에 봉착했다. 그러나 루마니아, 폴란드 등 유럽 국가들과의 협력을 확대하며 시장 다변화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2023년 후반부터 한국의 두산중공업과 협력을 강화하여 모듈 제작 효율성을 높이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롤스로이스 SMR(Rolls-Royce SMR)
영국의 롤스로이스는 자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470MWe 용량의 SMR을 개발하고 있다. 기존 원자력 기술을 바탕으로 한 이 모델은 대형 원전 대비 규모만 축소한 형태로, 기술적 혁신보다는 검증된 기술의 안정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 2023년 영국 규제 기관의 설계 평가 과정(GDA)을 진행 중이며, 2024년에는 터키, 체코와의 협력 MOU를 체결하며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다. 특히 영국 정부의 넷제로 전략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으면서, 2030년까지 영국 내 첫 SMR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테라파워(TerraPower)
빌 게이츠가 설립한 테라파워는 나트륨(Natrium) 냉각 고속 원자로 기술을 기반으로 한 345MWe 용량의 SMR을 개발하고 있다. 이 기술은 4세대 원자로로 분류되며, 기존 원자로 대비 높은 효율성과 안전성이 특징이다. 2024년 현재 와이오밍주 케머러에 첫 실증 플랜트를 건설 중이며, 삼성물산과의 협력을 통해 건설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한국의 SK와 협력하여 아시아 시장 진출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테라파워의 강점은 혁신적 기술과 함께 미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X-에너지(X-Energy)
X-에너지는 고온가스냉각로(HTGR) 기술을 기반으로 한 Xe-100을 개발하고 있다. 각 모듈당 80MWe 용량으로, 최대 4개 모듈을 결합할 수 있다. TRISO 핵연료를 사용하여 높은 안전성을 확보한 것이 특징이다. 2023년 도쿄가스와 협력 계약을 체결하여 일본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으며, 캐나다 온타리오 파워와도 협력하여 북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2024년에는 미국 에너지부로부터 추가 자금 지원을 받아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KHNP)
한국수력원자력은 SMART(System-integrated Modular Advanced ReacTor)를 통해 SMR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100MWe 용량의 SMART는 2012년 한국 규제 기관의 설계 인증을 받은 바 있다. 최근에는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협력을 강화하면서 중동 시장을 공략하고 있으며, 2023년 발표한 혁신형 SMR 'i-SMR' 개발을 통해 기술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특히 한국의 원전 건설 및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한 비용 효율성과 검증된 안전성이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러시아 로사톰(Rosatom)
러시아 국영 원자력 기업 로사톰은 부유식 원자력 발전소인 아카데믹 로모노소프를 이미 상용화하여 운영 중이다. 또한 육상형 SMR RITM-200을 개발하여 극지방과 오지에 전력을 공급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서방의 제재로 인해 기술 협력에 제한을 받고 있으나, 중국, 인도 등 신흥 시장과의 협력을 통해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2023년부터 부유식 SMR 추가 건설을 시작하여 극동 지역 개발에 필요한 에너지 인프라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중국광핵집단(CGN)
중국의 CGN은 다양한 SMR 모델을 개발 중이며, 특히 화룽 1호(Hualong One)의 소형화 버전인 화룽 SMR에 주력하고 있다. 또한 ACPR50S 해상 부유식 SMR 개발을 통해 도서 지역과 해상 플랫폼에 전력 공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탄소중립 목표와 연계하여 국내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일대일로 이니셔티브를 통해 해외 시장 진출도 활발히 추진 중이다. 2024년 현재 산둥성에 실증 플랜트 건설을 진행하고 있다.
SMR의 글로벌 시장 성장 전망
글로벌 시장규모
글로벌 SMR(소형모듈원전) 시장은 2025년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진입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들의 전망을 종합하면, SMR 시장은 향후 10~20년간 빠른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2024~2025년 기준 글로벌 SMR 시장은 약 60~70억 달러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규모는 점차 확대될 것이며 2030년에는 보수적으로 100~150억 달러, 낙관적으로는 400~500억 달러까지 성장할 가능성이 제시된다. 2032~2033년에는 138억~89억 달러로 예측되며, 연평균 성장률(CAGR)은 4~9%대가 전망되고 있다.
성장 동력
정책적 지원
SMR은 기존 대형 원전 대비 낮은 초기 투자비, 짧은 건설기간, 향상된 안전성, 유연한 배치 가능성 등에서 경쟁력이 있다. 전 세계적인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각국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SMR 시장 성장의 핵심 동력이다. 특히 청정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안정적인 기저전력 공급 수단으로써 SMR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미국의 원자력 세액공제(PTC), EU의 녹색 금융 제도, 영국의 규제 샌드박스 등 다양한 정책 지원이 SMR 개발 및 투자를 가속화하고 있다.
기술 혁신과 비용 절감
SMR 기술의 지속적인 발전과 표준화는 비용 절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공장 제작 방식과 모듈화 설계를 통해 건설 기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점이 시장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최근 AI와 디지털 트윈 기술을 활용한 설계 최적화와 운영 효율화도 SMR의 경제성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에너지 안보 강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 공급망 다변화와 안보 강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SMR은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는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에서 SMR 도입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지역별 시장동향
북미
북미는 SMR 시장의 선도 지역으로, 미국과 캐나다가 주도하고 있다. 미국은 에너지부(DOE)의 적극적인 지원과 규제 간소화를 통해 SMR 상용화를 추진 중이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기반시설 투자법에 따른 청정에너지 투자는 SMR 개발에 강력한 추진력을 제공하고 있다. 캐나다는 온타리오, 뉴브런즈윅, 서스캐처원 등 여러 주에서 SMR 개발 및 배치 계획을 적극 추진하며, 2028년까지 첫 상용 SMR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시아-태평양
중국은 국가 주도의 SMR 개발 프로그램을 통해 화룽 SMR 등 여러 모델을 개발하고 있으며, 자국 내 설치뿐 아니라 일대일로 국가들로의 수출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한국은 SMART 및 i-SMR 개발을 통해 아시아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으며, 일본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안전성이 강화된 SMR을 차세대 원자력 발전의 대안으로 검토하고 있다.
유럽
영국, 프랑스, 폴란드, 체코 등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 감소와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SMR 도입에 적극적이다. 영국은 롤스로이스 주도의 SMR 프로그램에 정부 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으며, 프랑스는 EDF를 중심으로 NUWARD SMR 개발을 추진 중이다. 특히 EU 택소노미에 원자력이 포함되면서 SMR 개발을 위한 투자 환경이 개선되었고, 동유럽 국가들은 노후 석탄발전소 대체 수단으로 SMR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중동/아프리카
사우디아라비아, UAE 등 중동 국가들은 경제 다각화와 탄소중립을 위해 SMR 도입에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특히 해수담수화와 연계한 SMR 활용 가능성이 높게 평가되고 있다. 아프리카에서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자체 SMR 개발에 나서고 있으며, 전력망이 미비한 지역에 분산형 에너지원으로서 SMR의 잠재력에 주목하고 있다.
시장 진입 장벽 및 과제
규제 및 인허가
SMR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각국의 원자력 규제 체계 내에서 인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이 과정이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특히 새로운 기술이 적용된 SMR의 경우 규제 불확실성이 높아 시장 진입의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경제성 확보
SMR이 기존 발전원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발전 단가를 낮추는 것이 필수적이다. 현재 대부분의 SMR 프로젝트는 초기 개발 단계로 규모의 경제 달성이 중요한 과제다. 뉴스케일의 VOYGR 프로젝트가 비용 상승으로 취소된 사례는 경제성 확보의 어려움을 보여준다.
사회적 수용성
원자력에 대한 사회적 우려와 반대는 여전히 SMR 확산의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안전성과 환경 영향에 대한 투명한 소통과 이해관계자 참여를 통해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결론
SMR 시장은 기술 발전과 정책 지원, 에너지 안보 요구 증가에 힘입어 2030년까지 빠른 성장이 예상된다. 특히 2025-2030년 사이에 첫 상용 SMR들이 가동을 시작하면서 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SMR이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 주류 발전원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경제성 확보와 규제 최적화, 사회적 수용성 제고 등의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성공적인 최초 상용화 사례가 시장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SMR은 탄소중립과 에너지 안보 강화라는 두 가지 시대적 요구에 부합하는 기술로, 주요국들의 지속적인 지원과 기술 혁신을 통해 2030년대에는 글로벌 에너지 믹스의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술' 카테고리의 다른 글
디 웨이브(D-Wave) - 양자컴퓨팅 상용화의 선구자 (0) | 2025.05.16 |
---|---|
리게티 컴퓨팅 완전분석 (장점, 최신동향) (0) | 2025.05.15 |
AI 성능평가 결과 (GPT-4, Gemini, Claude) (0) | 2025.05.13 |
클로드 3.5의 혁신적 기능 (AI챗봇, 이미지입력, 보안) (0) | 2025.05.12 |
알리바바 AI 큐원3 (AI 혁신, 최신 기술, 중국 AI) (0) | 2025.05.1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