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급변하는 에너지 산업의 중심에서 소형모듈원전(SMR) 기술은 차세대 청정에너지로 주목받고 있다. 그중에서도 미국의 SMR 전문 기업 오클로(Oklo Inc.)는 기술적 선도력과 독창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시장에서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AI 산업의 급성장과 함께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폭증하면서, 오클로의 성장 가능성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전통적인 대형 원전의 한계를 보완하고, 탄소중립 시대의 안정적인 에너지원으로서 입지를 넓혀가는 오클로의 혁신적 행보와 비즈니스 모델, 기술적 특징을 중심으로 살펴보도록 한다.
기업 개요 및 설립 배경
오클로는 2013년, MIT 출신 원자력 공학자 제이콥 드위트(Jacob DeWitte)와 캐롤라인 코크란(Caroline Cochran)에 의해 설립된 차세대 원자력 기술 기업이다. 본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위치하고 있으며, 회사 이름은 약 17억 년 전 아프리카 가봉에서 자연적으로 핵분열이 일어난 ‘오클로 자연 원자로’에서 유래한다. 설립 초기부터 오클로는 고속 중성자 원자로를 기반으로 한 소형 발전소 모델 개발에 집중해 왔으며, 2014년 Y Combinator의 지원을 받으면서 급격히 성장하기 시작했다. 특히 오픈 AI CEO 샘 올트먼(Sam Altman)의 조기 투자와 전략적 지원은 오클로의 기술 개발과 기업 인지도 확대에 크게 기여하게 된다. 2023년 5월, 올트먼이 설립한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인 AltC Acquisition Corp.와 오클로의 합병을 통해 상장을 완료하며 약 8억 5천만 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게 되었다.
소형모듈원자로(SMR) 기술의 차별점
오클로가 개발 중인 '오로라(Aurora)' 원자로는 기존의 대형 원자력 발전소와는 구조적으로 완전히 다른 기술적 특성을 지닌다. 오클로의 SMR은 핵연료를 수십 년간 교체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고체 금속 냉각 방식의 마이크로 원자로로, 출력은 약 1.5MW로 설계되어 있다. 이는 전력 수요가 비교적 적은 지역이나 산업 단지 등에 매우 적합하며, 탈탄소화가 필요한 산업군의 맞춤형 솔루션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SMR의 가장 큰 장점은 이동성과 확장성, 그리고 안전성이다. 기존 원전과 달리 냉각수를 대량으로 필요로 하지 않으며, 폐열 관리 시스템이 간결하여 사고 가능성이 획기적으로 낮다. 또한, 오클로는 기존의 폐핵연료를 재활용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을 통해 자원순환과 지속가능성을 실현하고 있다. 이로 인해 미국 에너지부(DOE)의 파일럿 프로젝트와 규제기관인 NRC의 예비 심사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더불어, 오클로는 원자로 설계와 건설, 운영, 유지보수까지 통합된 서비스 모델을 갖추고 있어, 일반 전력회사보다 더 유연하고 빠르게 시장 대응이 가능하다. 이러한 접근은 전통적인 전력공급자들과의 차별화 요소가 되며, 향후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하게 된다. 2025년 초, 오클로는 방사성 동위원소 전문 기업인 Atomic Alchemy를 인수하며 의료 및 산업용 동위원소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이는 기존 전력 사업 외에도 핵 기반 바이오·의료 산업 진출을 위한 중요한 포석으로 평가된다.
에너지 산업 내 오클로의 역할
에너지 산업 내에서 오클로는 단순한 기술 기업을 넘어, 에너지 분산화와 지속가능성 확대를 위한 중요한 변화를 이끄는 선도적 스타트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오클로의 핵심 비전은 단순한 원자로 제조업체를 넘어, 청정하고 안정적인 에너지 인프라를 제공하는 플랫폼 기업이 되는 것이다. 특히 오클로는 기존 전력망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독립적인 전력공급이 가능한 새로운 방식의 에너지 솔루션을 제안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오클로가 개발 중인 ‘Aurora’ 원자로는 최대 15MWe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고속 중성자 방식의 소형 원자로이다. 이 원자로는 최대 10년간 연료 교체 없이 운영 가능하며, 폐연료 재활용 기술을 통해 핵폐기물 최소화와 경제성 확보를 동시에 추구한다.
오클로는 기존 원자로 공급 모델과 달리, 직접 전력을 고객에게 장기 계약으로 판매하는 구조(Power Purchase Agreement, PPA)를 채택하고 있다. 주요 고객으로는 데이터센터, 산업 단지, 국방 기지, 오지 커뮤니티 등이 있으며, 고객 맞춤형 분산형 전력 공급을 지향한다. 특히 미국 내 일부 군사 기지, 연구소, 도심 외곽 지역 등은 전력 공급의 안정성과 독립성이 중요한 지역들인데, 오클로는 이들 지역을 주요 타깃 시장으로 설정하고 있다. 초기에는 공공기관이나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PPA(전력구매계약)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를 채택했다. 이는 일정 기간 동안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에게도 긍정적인 신호로 작용한다. 뿐만 아니라, 에너지 저장장치(ESS)와의 결합 운영도 고려하고 있어, 태양광이나 풍력 등 간헐적인 재생에너지와의 연계 운용도 가능하다. 이로 인해 오클로는 단순히 원자로를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통합 에너지 솔루션 제공자'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는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트렌드와도 부합하는 방향이다. 더 나아가, 오클로는 2024년부터 본격적인 시범 운영을 시작으로, 향후 10년간 수십 기의 마이크로원자로를 미국 전역에 배치할 계획이다. 이러한 확장 전략은 전통적인 중앙 집중형 에너지 시스템에서 분산형 시스템으로 전환하고자 하는 산업계의 흐름과도 맞물려 있다.
기술 혁신과 미래 성장 가능성
오클로의 가장 큰 기술적 강점은 마이크로원자로의 설계 단순화와 자동화이다. 이는 건설 비용의 절감과 공정 시간의 단축으로 이어지며, 나아가 대량생산이 가능해지는 기반을 마련한다. 전통적인 원자력 발전은 수십 년에 걸친 인허가와 고비용 구조가 필수였지만, 오클로는 이를 몇 년 안에 해결할 수 있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오클로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운영 최적화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어, 실시간 모니터링과 자동 제어가 가능하며, 인력 의존도를 낮춘 운영 효율을 제공한다. 이러한 자동화 기술은 특히 원자력과 같은 고위험 분야에서 안정성과 신뢰성을 높이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투자 측면에서도 오클로는 다수의 벤처캐피탈과 정부 지원을 확보한 상태로,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는 등 자본 시장에서도 큰 관심을 받고 있다. 2024년 초 기준으로 약 2억 달러 이상의 투자 유치를 완료했으며, 상장을 통한 추가 자금 확보를 통해 연구개발 및 글로벌 진출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미래적으로는 개발도상국과 전력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 오클로의 마이크로원자로가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될 가능성도 크다. 특히 기후 변화 대응과 지속 가능한 발전이 세계적 화두가 되는 가운데, 오클로의 기술은 글로벌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다. 2024년 말, 오클로는 미국 데이터센터 기업 스위치(Switch)와 12GW 규모의 전력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AI 연산 수요 증가에 대응한 대형 계약으로, 향후 20년간 안정적 매출 기반을 확보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결론: 차세대 에너지 산업의 중심으로
오클로는 단순한 기술 스타트업을 넘어, 탈탄소·고효율·에너지 독립을 동시에 추구하는 새로운 에너지 기업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소형모듈원전의 상용화가 본격화되는 시점에서, 오클로는 기술적 완성도와 사업 전략 양면에서 가장 앞서 나가는 기업 중 하나로 평가된다. AI와 데이터 기반 사회가 가속화될수록,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에너지 공급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그런 점에서 오클로의 행보는 에너지 산업의 미래 방향을 가늠하는 중요한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본다.